본문 바로가기
일본 IT 프리랜서

일본 IT 현장 첫 출근날에 일어나는 일 (입장 절차, 대여 PC, 작업 보고서)

by 오오지마낭인 2026. 10. 5.

프리랜서로 들어간 첫 현장, 첫날 아침 9시 50분에 오피스 빌딩 1층 로비에 도착했습니다. 에이전트 담당자와 10시에 만나기로 해두었고, 가방에는 새로 산 노트와 볼펜이 들어 있었습니다. 오늘부터 코드를 볼 수 있겠지, 그런 기대를 하고 있었죠.

그날 저는 코드를 한 줄도 보지 못했습니다. 오전에는 서류에 서명하고, 오후에는 보안 규정 PDF를 읽었습니다. PC는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했고, 전달받은 노트북은 다음 날 오후에야 제 책상 위에 올라왔습니다.

일본 IT 현장에서는 이게 드문 일이 아닙니다.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것을 참각(参画) 또는 입장(入場)이라고 부르는데, 첫 주는 개발보다 절차가 먼저입니다. 처음 현장에 들어갈 때 미리 알았으면 덜 당황했을 것들을 적어봅니다.

 

입장 절차

로비에서 에이전트 담당자를 만나 같이 올라간 뒤, 현장 리더에게 인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입관증 신청이었습니다. 빌딩 출입을 관리하는 회사라 얼굴 사진과 신분증이 필요했는데, 저는 재류카드를 보여주고 복사본을 제출했습니다. 입관증이 나오기 전 며칠은 매일 아침 리더가 로비까지 내려와서 저를 데리고 올라갔는데, 그게 좀 미안했습니다.

그다음은 서약서입니다. 비밀유지 서약서, 개인정보 취급 서약서, 보안 규정 동의서까지 서명한 종이가 네 장이었습니다. 에이전트와 계약할 때도 비슷한 서류를 써서, 같은 내용을 두 번 서명하는 느낌이었죠. 상류가 길면 중간 회사마다 서약서를 따로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후는 보안 연수였습니다. 보안 규정 문서를 읽고, 온라인 테스트를 풀고, 만점을 받아야 계정이 발급되는 구조였습니다. 문제 중 하나는 “카페에서 업무 화면을 열어도 되는가”였는데, 답은 당연히 안 됩니다. 더 놀랐던 건 업무 중에 스마트폰을 책상 위에 올려두는 것까지 금지한다는 규정이었습니다. 현장마다 수준은 다르지만, 금융이나 대기업 현장일수록 훨씬 엄격합니다.

대여 PC

일본 현장에서는 보통 발주처가 빌려주는 PC(貸与PC)로 일합니다. 개인 맥북을 연결하는 건 대부분 금지이고, USB 메모리나 개인 클라우드도 막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리랜서라고 내 장비로 자유롭게 일하는 그림을 상상했다면 조금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첫날 PC가 없었던 이유는 신청 절차 때문이었습니다. 현장 리더가 정보시스템 부서에 신청하고, 승인을 받고, 계정을 만들고, 보안 소프트웨어를 깔고 나서야 제 손에 오는 구조였죠. 받은 다음에도 Android Studio를 깔 때마다 관리자 권한 신청을 따로 해야 해서, 개발 환경을 다 갖추기까지 사흘이 더 걸렸습니다. 첫 주에 목표를 세운다면, 빌드가 돌아가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리모트 안건이라면 이 PC가 집으로 택배로 옵니다. 저는 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주소 변경을 에이전트에만 알리고 발주처에는 전달이 안 돼서, PC가 예전 집으로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참각이 이틀 늦어졌죠. 주소가 바뀌었다면 상류의 끝까지 확실히 전달됐는지 확인해두세요.

현장을 나올 때는 반대로 PC를 반납합니다. 이때 업무 데이터를 하나도 개인적으로 남기지 않았다는 확인서를 쓰는 현장도 있습니다. 작업하면서 정리해둔 메모를 가져가고 싶어도 그럴 수 없으니, 번번이 아쉬웠습니다.

작업 보고서

첫 달에 가장 크게 실수한 건 작업 보고서(作業報告書)였습니다. 준위임 안건에서는 매달 일한 시간을 에이전트에 보고하고, 그 시간을 바탕으로 정산이 이뤄집니다. 정산폭을 벗어났는지도 이 보고서 숫자로 결정되죠.

저는 월말에 엑셀에 시간만 채워서 에이전트에 메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그 현장은 보고서에 현장 책임자의 확인 도장이 있어야 했습니다. 에이전트에서 다시 연락이 온 건 다음 달 2일이었고, 책임자는 그 주 내내 출장 중이었습니다. 결국 그달 정산이 늦어졌고, 프리랜서 첫 달 수입을 기다리던 저는 꽤 초조했습니다.

그 뒤로는 현장에 들어가면 첫째 주에 두 가지를 꼭 확인합니다. 보고서를 어떤 양식으로, 언제까지 누구에게 내야 하는지, 그리고 현장 쪽 확인이 필요한지입니다. 요즘은 근태 시스템에 매일 입력하면 자동으로 넘어가는 곳도 많지만, 현장마다 다르니 처음에 물어보는 게 가장 빠릅니다. 매일 퇴근 전 5분, 그날 한 일과 시간을 메모해 두면 월말에 당황할 일이 없습니다.

첫 주는 누구나 어색합니다. 서류에 서명하고, PC를 기다리고, 규정을 읽는 사이에 현장 사람들 이름과 얼굴을 익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조금 편해집니다. 제 경우는 그 주 금요일에 처음으로 빌드가 돌아갔고, 그날 퇴근길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캠을 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