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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IT 프리랜서

일본 IT 프리랜서 스킬시트, 고치고 나서 연락이 달라졌다 (담당 공정, 외국인 표기, 자기 PR)

by 오오지마낭인 2026. 10. 4.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처음 한 달은 연락이 거의 없었습니다. 에이전트 세 곳에 등록했는데, 면담까지 간 안건이 두 건뿐이었죠. 경력은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솔직히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원인을 알려준 건 한 에이전트 담당자였습니다. 제 스킬시트를 화면에 띄워놓고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대로라면 단가를 높게 내기 어렵습니다.” 한국에서 쓰던 이력서 감각으로 만든 스킬시트가, 일본 에이전트와 발주처가 보는 방식과 맞지 않았던 겁니다.

스킬시트(スキルシート)는 일본 IT 프리랜서에게 사실상 이력서입니다. 에이전트가 이걸 발주처에 넘기고, 상류가 길면 중간 회사들을 거치면서 여러 사람이 이 문서 하나만 보고 면담을 잡을지 정합니다. 그때 고친 부분들을 적어봅니다.

담당 공정

일본 스킬시트에는 프로젝트마다 담당 공정(担当工程)을 표시하는 칸이 있습니다. 요건 정의(要件定義), 기본 설계(基本設計), 상세 설계(詳細設計), 구현(実装), 테스트, 운용·보수 중에 어디까지 했는지 동그라미나 체크로 표시하는 식입니다.

제 첫 스킬시트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가 구현과 테스트에만 체크돼 있었습니다. 실제로는 화면 설계도 하고 API 사양을 서버 담당자와 같이 정하기도 했는데, 한국에서는 그걸 따로 설계라고 부르지 않았으니 체크할 생각을 못 한 겁니다. 일본에서 그런 스킬시트는 ‘시키는 것만 만드는 사람’으로 읽힙니다.

단가는 여기서 크게 갈립니다. 일본에서는 설계부터 맡을 수 있는 사람을 상류 공정(上流工程) 경험자라고 부르는데, 안건 설명에도 우대 조건으로 자주 등장합니다. 저는 에이전트 담당자와 한 시간 동안 프로젝트를 하나씩 되짚으면서, 실제로 한 일을 일본식 공정 이름에 맞게 다시 챙겨 넣었습니다.

같이 고친 게 팀 규모와 역할입니다. “Android 앱 개발”이라고만 적었던 줄을 “모바일 팀 5명 중 Android 리드, 리뷰 담당”처럼 바꿨습니다. 일본 발주처는 무엇을 만들었는지만큼, 어떤 자리에서 일했는지를 봅니다.

외국인 표기

에이전트가 발주처에 넘기는 스킬시트는 보통 이름이 이니셜로 바뀝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국적을 굳이 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면담 당일에 “아, 외국 국적이시군요”라는 말과 함께 분위기가 어색해진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그 안건은 결국 안 됐습니다.

일본 안건 중에는 외국 국적을 받지 않는(外国籍不可) 안건이 있습니다. 주로 금융이나 공공 분야에서 보안 규정을 이유로 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에이전트가 미리 걸러주면 좋지만, 스킬시트에 국적이 분명히 없으면 이런 안건이 면담 단계까지 올라와서 서로 시간만 버리게 됩니다. 그 일 뒤로는 스킬시트 상단에 국적을 먼저 적습니다.

대신 국적 바로 옆에 일본어 능력을 한 줄로 분명하게 씁니다. 저는 “JLPT N1、業務上の日本語コミュニケーションに問題なし”라고 씁니다. 발주처가 외국인을 망설이는 이유는 대부분 국적 자체보다 사양서를 읽고 회의에서 말이 통하느냐는 걱정이었습니다. 일본어 사양서를 읽고 쓴 경험이 있다면 그것도 프로젝트 설명에 넣어두세요.

하나 더, 스킬시트 자체의 일본어도 생각보다 많이 봅니다. 문서에 어색한 표현이 많으면 일본어가 서투른 사람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저는 일본인 엔지니어 지인에게 한 번 읽어봐 달라고 부탁했는데, 맞지 않는 용어를 여러 군데 짚어주더군요.

자기 PR

스킬시트 맨 아래에는 자기 PR(自己PR) 칸이 있습니다. 제 첫 버전은 여기가 A4 반 장이었습니다. 한국 자기소개서처럼 개발자가 된 계기부터 앞으로의 목표까지 써놨었거든요. 담당자가 웃으면서 “다들 여기까지 안 읽습니다”라고 하더군요.

발주처 담당자는 스킬시트를 여러 장 한꺼번에 훑어봅니다. 그래서 자기 PR은 다섯 줄 안쪽으로 줄이고, 첫 줄에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부터 씁니다. 제 경우는 Android와 iOS 양쪽을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맨 앞에 두었습니다. 그다음에 숫자를 넣었습니다. “앱 성능 개선”보다 “콜드 스타트 시간을 절반으로 줄임”이 훨씬 눈에 됩니다.

일본 현장에서는 기술력 다음으로 협업 태도를 많이 봅니다. 보고와 연락을 잘하는지, 문서를 남기는지 같은 것들이죠. 저는 신규 멤버용 인수인계 문서를 만든 경험을 한 줄 넣었는데, 면담에서 의외로 그 줄에 대한 질문이 제일 많았습니다.

이렇게 고친 스킬시트로 다시 돌린 다음 달에는 면담 제안이 일곱 건 왔습니다. 경력은 하나도 늘지 않았는데도요. 지금도 안건이 끝날 때마다 스킬시트를 바로 고쳐둡니다. 시간이 지나면 무슨 일을 했는지 자기 자신도 잊어버리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