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마지막 주 목요일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니 에이전트 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와 있었습니다. 다시 걸어보니 목소리가 평소보다 조금 낮았습니다. 발주처 예산이 줄어서, 3월 말로 계약을 갱신하지 않기로 했다는 연락이었습니다.
한 달 남았다는 사실보다 당황스러웠던 건, 제가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현장 분위기도 좋았고 일도 잘 돌아가고 있었으니, 스킬시트는 1년 동안 열어보지도 않았고 다음 안건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죠. 결국 4월 초는 3주 동안 일이 없었습니다.
프리랜서는 안건이 끝나는 순간부터 수입이 멈춥니다. 그때 이후로 바꾼 습관들을 적어봅니다.

계약 갱신
일본 프리랜서 안건은 보통 1개월에서 3개월 단위로 계약을 맺고, 문제가 없으면 같은 기간만큼 갱신합니다. 현장에 2년을 있었다고 해도, 서류상으로는 3개월짜리 계약을 여덟 번 이어붙인 것일 수 있습니다. 능력과 상관없이 발주처 사정으로 다음 갱신이 없을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갱신 여부는 대개 계약이 끝나기 한 달쯤 전에 에이전트를 통해 확인합니다. 발주처가 이어갈지를 정하고, 저도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 답하는 식이죠. 저는 이걸 매번 형식적인 절차로만 여기고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종료 통보를 받기 몇 주 전부터 현장에 신호가 있었습니다. 다음 분기 기능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고, 정직원들이 회의실에 들어가는 날이 많아졌죠.
지금은 갱신 확인이 오기 전에 제가 먼저 물어봅니다. 현장 리더에게 다음 분기 계획을 가볍게 묻고, 에이전트 담당자에게는 발주처 쪽 분위기를 묻는 식입니다. 답이 애매하면 그때부터 준비를 시작합니다.
참고로 2024년 11월에 시행된 프리랜서 신법에서는, 6개월 이상 이어진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때 발주처가 30일 전까지 예고하도록 정했습니다. 예전보다 갑작스러운 통보는 줄었지만, 30일은 다음 안건을 찾기에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닙니다.
현장 종료
종료가 정해지면 남은 한 달은 대부분 인수인계(引き継ぎ)에 씁니다. 제가 맡던 화면과 기능을 누가 이어받을지 정하고, 문서를 만들고, 진행 중인 티켓을 정리합니다. 일본 현장에서는 이 문서를 꽤 꼼꼼하게 봅니다.
그때 저는 분명 서운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예산 때문에 나가는데 열심히 할 이유가 있나 싶었죠. 그래도 인수인계 문서는 제대로 썼습니다. 빌드 설정에서 자주 막히는 부분, 릴리스 절차, 동작은 하지만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설명이 필요한 코드를 모아 30페이지 정도로 만들었습니다.
그게 생각보다 크게 돌아왔습니다. 반년 뒤에 그 현장의 리더가 다른 회사로 옮겨가면서, 새 현장에 Android 개발자가 필요하다며 저를 먼저 불렀거든요. 나갈 때 보여준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일본 IT 업계는 생각보다 좁아서, 한 번 같이 일한 사람과 다른 현장에서 다시 만나는 일이 드물지 않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대여 PC를 반납하고 입관증을 돌려줍니다. 팀에 인사 메일을 보내는 것도 잊지 마세요. 저는 협력사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짧게 보냈는데, 그중 몇 명과는 지금도 가끔 연락을 주고받습니다.
공백기
종료 통보를 받은 다음 날 에이전트에 다음 안건을 부탁했지만, 바로 연락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새 분기가 시작하는 4월에 맞춰 체제를 바꾸는 회사가 많아서, 3월에는 저처럼 현장을 나오는 프리랜서도 함께 늘어납니다. 면담 기회를 같은 시기에 일을 찾는 사람들과 나눠 갖는 셈이죠.
스킬시트를 고치는 데만 주말 이틀이 걸렸습니다. 1년 동안 한 일을 기억에 의존해 되살리다 보니, 숫자는 가물가물하고 어떤 라이브러리를 언제 도입했는지도 헷갈렸습니다. 그 뒤로는 안건이 끝날 때가 아니라 분기마다 스킬시트를 고칩니다. 10분이면 끝납니다.
돈 문제도 있습니다. 에이전트 안건은 보통 일한 달의 보수가 다음 달에 들어오기 때문에, 공백기의 타격은 한 달 뒤에 옵니다. 저는 4월에 3주를 쉬었는데, 그걸 실감한 건 5월 말에 통장을 봤을 때였습니다. 세금과 보험료는 수입과 상관없이 나가니, 최소 몇 달치 생활비는 손대지 않는 통장에 따로 두는 게 마음이 편합니다.
돌이켜보면 그 3주가 꼭 나쁜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미뤄뒀던 병원에 다녀오고, 여행도 한 번 다녀왔고, TV 앱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그때 공부한 덕분에 다음에 들어간 안건이 TV 앱 현장이었습니다. 다만 그건 미리 준비해 둔 사람에게나 휴식이고, 아무 준비 없이 맞으면 그냥 불안한 3주입니다. 저는 두 번 다 겪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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