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처음 본 면담은 30분 만에 끝났습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기술 질문에도 막힘 없이 답했습니다. 이틀 뒤 에이전트에게 온 연락은 “이번에는 다른 분으로 결정됐습니다”였습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담당자가 말을 고르다가 두 가지를 알려주더군요. 자기소개가 너무 길었고, 마지막에 질문이 없냐는 말에 “특별히 없습니다”라고 답한 게 의욕이 없어 보였다는 거였습니다. 기술 실력이 아니라 면담의 앞과 끝에서 떨어진 셈이죠.
일본 프리랜서 면담은 한국 회사 면접과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그 뒤로 여러 번 면담을 보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적어봅니다.

자기소개
일본 프리랜서 면담은 보통 발주처 사람과 에이전트 담당자가 같이 들어오는 30분에서 1시간짜리 자리입니다.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이고, 상류가 길면 중간 회사 사람까지 화면에 다섯여섯 명이 뜨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누가 결정권자인지 몰라서 시선을 어디에 둔지도 헷갈렸습니다.
시작은 거의 항상 경력 소개(経歴紹介)입니다. “그럼 간단하게 경력을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나오면, 여기서 간단하게는 2분 정도라는 뜻입니다. 저는 첫 면담에서 대학 전공부터 시작해 프로젝트를 하나씩 설명하다 보니 7분을 넘겨버렸습니다. 발주처는 스킬시트를 이미 읽고 들어오기 때문에, 같은 내용을 길게 듣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합니다. 먼저 모바일 개발 10년차, Android와 iOS 양쪽을 한다는 것을 한 문장으로 말합니다. 그다음 이번 안건과 가장 비슷한 프로젝트 하나만 골라서, 팀 규모와 제 역할을 짧게 설명합니다. 동영상 서비스 안건이면 TV 앱 현장을, 오래된 앱을 고치는 안건이면 Compose 마이그레이션을 꺼내는 식입니다. 나머지는 질문이 오면 그때 답합니다.
외국인이라면 이 2분이 일본어 실력 시험이기도 합니다. 발주처는 내용보다 “이 사람과 회의가 될까”를 보고 있습니다. 저는 면담 전날 경력 소개를 소리 내서 두세 번 연습하는데,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기술 질문
한국 기업 면접처럼 코딩 테스트를 보거나 화이트보드에 알고리즘을 푸는 일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 프리랜서 면담의 기술 질문은 대부분 “그 프로젝트에서 실제로 무엇을 했나요”에 가깝습니다.
제가 실제로 받은 질문을 떠올려보면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아키텍처는 무엇을 썼는지, 그건 누가 정했는지. 코드 리뷰는 어떻게 돌아갔는지. 가장 고생한 버그는 무엇이었는지. 테스트 코드는 얼마나 썼는지. 스킬시트 한 줄을 크게 펼쳐보라는 질문이라, 스킬시트에 적은 내용은 모두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한 번은 스킬시트에 적어둔 라이브러리 하나에 대해 “그걸 왜 골랐나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솔직히 제가 고른 게 아니라 들어갔을 때 이미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대로 말했습니다. 제가 고른 건 아니고, 쓰면서 느낀 장단점은 이렇다고요. 오히려 그 답에서 면담관의 표정이 편해졌습니다. 일본 현장에서는 모르는 걸 아는 척하는 사람을 꽤 경계합니다.
기술 외적인 질문도 꼭 나옵니다. 리모트와 출근 중 무엇을 선호하는지, 참각은 언제부터 가능한지, 다른 안건도 동시에 진행 중인지 같은 것들입니다. 다른 면담이 있다면 숨기지 않고 말하는 편이 낫습니다. 발주처도 그걸 알면 결과를 더 빨리 줄 때가 많았습니다.
역질문
면담 마지막에는 거의 항상 “그럼 저희 쪽에 궁금한 점이 있나요?”라는 역질문(逆質問) 시간이 있습니다. 저는 이걸 예의상 묻는 말로 알고 “특별히 없습니다”라고 답했다가 떨어졌습니다. 일본 발주처에게 역질문이 없다는 건 이 현장에 별 관심이 없다는 뜻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요즘은 면담 전에 역질문을 세 개쥐 준비해 갑니다. 하나는 팀에 관한 것입니다. 모바일 팀이 몇 명이고, 그중 프리랜서나 협력사 사람은 얼마나 되는지 묻습니다. 다른 하나는 일하는 방식입니다. 코드 리뷰는 누가 하는지, 릴리스는 얼마나 자주 하는지 같은 것들이죠. 마지막은 지금 현장이 가장 곤란해하는 게 무엇인지입니다.
마지막 질문이 제일 쓸모 있습니다. 발주처가 답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제 경험과 이어붙일 거리가 생기거든요. 한 번은 “XML 화면이 너무 많아서 새 기능을 넣기가 힘들다”는 답이 돌아와서, 제가 했던 마이그레이션 이야기를 5분 동안 했습니다. 그 면담은 다음 날 바로 합격 연락이 왔습니다.
단가나 계약 조건은 여기서 묻지 않습니다. 면담은 발주처와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이고, 돈 이야기는 면담이 끝난 뒤 에이전트와 따로 합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모르고 정산폭을 물어볼까 고민했는데, 안 물어본 게 다행이었습니다.
면담은 횟수가 쌓일수록 편해집니다. 저도 스무 번 넘게 보고 나서야 떨지 않게 됐습니다. 떨어진 면담이 있다면 에이전트에게 이유를 꼭 물어보세요. 담당자가 말을 고르더라도, 그 이야기가 다음 면담을 바꿔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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