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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현장 코드 리뷰에서 배운 것 (완곡 표현, 리뷰 코멘트, PR 설명문)

by 오오지마낭인 2026. 10. 9.

일본 현장에서 올린 첫 PR에 리뷰 코멘트가 세 개 달렸습니다. 하나는 확실한 버그 지적이라 바로 고쳤고, 나머지 둘은 이런 문장이었습니다. “こちら、共通化してもいいかもしれません” 공통화해도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뜻이죠.

저는 말 그대로 받아들여서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으로 이해했습니다. 일정도 빠듯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이대로 두겠습니다”라고 답하고 넘어갔죠. 다음 날 같은 리뷰어에게서 같은 코멘트가 다른 PR에 다시 달렸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길게요.

한국어로 코드 리뷰를 해오던 사람에게 일본 현장의 리뷰는 문체부터 낯선날 수 있습니다. 그때 이후 리뷰를 받고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을 적어봅니다.

완곡 표현

일본어 리뷰 코멘트는 대체로 부드럽습니다. 문제는 부드러운 표현이 꼭 가벼운 제안이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제가 겪어본 범위에서는 이런 표현들을 조심해서 읽게 됐습니다.

“〜してもいいかもしれません”이나 “〜した方が良いかも”는 리뷰어에 따라 거의 “이렇게 해주세요”에 가까울 때가 많았습니다. “ちょっと気になりました”(조금 신경 쓰였습니다)는 대개 문제가 있다는 뜻이었고, “意図を教えていただけますか”(의도를 여쭤봐도 될까요)는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경우도 있지만 왜 이렇게 했느냐는 지적일 때도 많았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릅니다. 정말 가벼운 제안으로 쓰는 리뷰어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의 PR에 그 리뷰어가 단 코멘트를 한동안 찾아 읽었습니다. 같은 표현을 쓴 뒤 상대가 고치지 않았을 때 리뷰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의 “かもしれません”이 얼마나 무거운지 감이 옵니다.

애매할 때는 그냥 물어보는 게 제일 빨랐습니다. “今回のPRで対応した方がよろしいでしょうか”(이번 PR에서 수정하는 게 좋을까요)라고 한 줄 물으면, 대부분 명확하게 답해줍니다. 첫 PR에서 제가 했어야 할 답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리뷰 코멘트

이런 어긋남을 줄이려고, 코멘트 앞에 접두어를 붙이는 팀도 많았습니다. 두 번째 현장에서 처음 봤는데, 왜 이제야 이걸 알았나 싶을 정도로 편했습니다.

그 현장에서는 “must:”는 고치지 않으면 승인하지 않는 것, “imo:”는 리뷰어 개인 의견, “nits:”는 사소한 지적, “ask:”는 질문이라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일본어 문장이 아무리 부드러워도 앞에 must가 붙어 있으면 고치면 되고, imo면 상황에 따라 판단하면 됩니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이보다 고마운 규칙이 없었습니다.

리뷰를 하는 쪽이 됐을 때는 반대로 고민이 생겼습니다. 한국어로 생각한 코멘트를 일본어로 그대로 옮기면 생각보다 딕딕하게 읽힙니다. 한 번은 “これは不要です”(이건 필요 없습니다)라고만 달았다가, 나중에 다른 팀원에게 “그 코멘트 조금 세게 보였을 수도 있어요”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이유를 꼭 한 문장 붙이고, 끝을 “〜でしょうか”나 “〜どうでしょう”처럼 제안형으로 바꿨습니다. must를 붙이더라도요.

승인 규칙도 현장마다 달랐습니다. 두 명이 LGTM을 주어야 머지할 수 있는 곳, 리더 한 명의 승인만 필요한 곳이 있었고, 프리랜서는 승인 권한이 없는 현장도 있었습니다. 참각 초기에 리뷰 규칙을 정리한 문서가 있는지 물어보면 헷갈릴 일이 줄어듭니다.

PR 설명문

리뷰를 수월하게 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PR 설명문을 잘 쓰는 것이었습니다. 일본 현장에는 PR 템플릿이 있는 경우가 많고, 보통 개요(概要), 변경 내용(変更内容), 확인 방법(確認方法), 스크린샷 칸으로 나뉩니다.

처음에는 일본어로 길게 쓰는 게 부담스러워서 개요에 티켓 번호만 적고 올렸습니다. 그러자 리뷰어가 코드보다 “이건 왜 바꾼 거예요?”를 먼저 물었고, 그 답을 코멘트로 주고받는 데 하루가 갔습니다. 설명문에 무엇을 왜 바꿨는지 세 줄만 적어두었으면 없었을 왕복이죠.

지금 제가 쓰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개요에는 변경한 이유를 한두 문장으로, 변경 내용에는 리뷰어가 먼저 봐야 할 파일을 적습니다. 확인 방법에는 어떤 화면에서 무엇을 눌러보면 되는지를 적고, 화면이 바뀐 PR이면 변경 전후 스크린샷을 나란히 붙입니다. 모바일 앱은 스크린샷만으로도 리뷰가 훨씬 빨라집니다.

일본어가 모국어가 아니라는 건 리뷰에서 불리한 점이지만, 오히려 설명을 짧고 또렷하게 쓰는 습관을 들이게 됐습니다. 요즘 현장에서는 제 PR 설명문을 예시로 드는 일본인 팀원도 있습니다. 처음 “かもしれません”을 넘겨버렸던 때를 생각하면 꽤 멀리 온 셈입니다.